지난 13일 방송이 된 SBS <그것이 알고 싶다>는 18년 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대구 총포사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했다.

2001년 12월 ㄱ씨 아버지는 한 범인에게 7번 칼에 베인 후 과다출혈로 숨졌다. 숨진 시신 복부에는 19.5cm로 찔렸으나 핏자국이 없었다. 이미 과다출혈로 죽은 것을 확인한 후 마지막 확인 차 찔렀다는 것이다. 전문가들은 범인에 대해 잔인하고 계획적이고 구조를 아는 전문 킬러일 것이라 추측했다.

그 후 은행에서는 엽총을 든 강도사건이 벌어졌다. 1억 26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시간은 단 3분이었다. 전문가는 “총을 다뤄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총을 쏘거나 장전하는 건 어렵다. 한 손으로 잡고 장전을 하는 걸 봐서는 엽총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”고 말했다. 며칠 후에는 차량 방화가 발생했다.

살인, 총기탈취, 은행강도, 차량 방화가 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 14일 간의 연쇄범죄. 범인은 범행 장소 그 어디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범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목격자가 있었다.

지난 5월 25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범인 몽타주는 다음과 같았다. 키는 170~175cm, 배와 가슴이 나와 몸이 좋아보이고, 안면부 전체가 앞으로 튀어나온 듯한, 깡패나 건달같은 느낌을 주는 인상과 경상도 말씨에, 남성용 스킨 냄새가 나고, 칼과 총을 잘 다루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게 그 특징이었다.

2001년 당시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얼굴을 유일하게 목격했다는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받은 제작진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. 2008년 무렵 회를 배달했던 목격자는 회를 배달했던 남자가 2001년 봤던 범인과 꼭 닮아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.

제작진은 2008년 당시 회 배달을 했던 곳을 찾아 몽타주 주인공의 흔적을 찾았다. 이웃들은 당시 회 배달을 했던 식당에 대해 기억을 떠올렸다. 그리고 그들은 “사장이 직접 배달을 했다”며 몽타주 사진을 건네자 “닮았다. 멀리서 봐도 닮았다. 잘 생겼다. 이렇게 꾸미기를 좋아했다. 남자답고 어깨도 넓었다”라며 횟집 사장 이 씨에 대해 증언했다.

경상도의 한 시골마을의 횟집 사장에 대해 이웃들은 “그 집은 겁난다. 친구들도 다 그 사람은 겁을 냈다”고 했다. 그는 술버릇이 안 좋고 남들과 시비가 붙으면 칼도 휘둘렀다는 증언도 나왔다. 수소문 끝에 만난 횟집 사장은 20여 년 전 멧돼지 사냥을 즐겼고, 총을 다뤘었다고 말했다. 제작진이 찾아온 이유에 대해 솔직히 말했지만 황당하다거나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하던 이들과는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.

그씨는 20여 년 전의 행적에 대해 되짚었지만 2002년 즈음의 행적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행적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밝혔다. 이를 본 전문가는 “회피 반응이다. 대구 사건과 2002년의 행적에 대해 밝히지 않으려는 모습”이라며 “상대방이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을 판단하면서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들을 계속 제공하는 것 보면 상대방의 의도를 벗어나려는 심리가 엿보인다”고 분석했다.

그의 지인들은 “도박을 하면서 돈을 많이 잃었다. 몇 억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”고 했고, 실제로 2001년 당시 그가 도박빚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.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“전화가 왔는데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라. 어디냐고 하니까 산에 숨어 있다고 했다”는 증언을 받았다. 그는 당시 원룸에서 사람을 살해한 후 산으로 달아나고 있다고 했고 이 내용은 경찰에 신고까지 됐다.

당시 경찰은 “산으로 올라가서 이 사람을 찾았다. 그런데 확인하니까 술 먹고 헛소리를 한 것이었다. 그래서 그때 종결이 된 사건이다”라고 말했다.

지인은 “미친놈이 아닌 이상 그런 걸 장난으로 하겠냐”라고 물었다. 횟집 사장은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“난 그런 거 모른다. 당시에 대구 간 적도 없다”라며 “살인한 적 없다. 괴로워서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한 거다”라고 말했다.

총포사 사장의 가족은 지금도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. 그의 아들은 “범인이 다시 와서 해코지를 할까 봐 너무 무섭다”며 “어머니는 범인이 잡히는 걸 더 무서워한다. 잡아도 증거가 없으면 또 풀려나올 수 있고, 그러면 우리는 원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”라고 말했다.

범인은 엽총을 능숙하게 다루고 대구 성서 공단 일대의 지리감이 있고 2001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갑자기 부채를 탕감하거나 큰돈이 생긴 사람이다.

방송은 “잡히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이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다”며 범인의 자수를 권했다. 미제 사건 담당 경찰은 “작은 것이라도 제보를 주시면 경찰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할 것”이라고 약속했다.